핀란드의 KOTRA 격인 FinPro 에 근무하는 Jussi (유씨) 라는 친구가 있다. 내가 삼성종합기술원 미국주재원을 하던 2000년대 초반에 그는 실리콘벨리주재 핀란드 무역관이었다. 나와 한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지냈다.
요즘 우리나라도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재벌들이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버림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노키아를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나는 Jussi 때문에 놀란적이 여러번 있다. 한번은 그와 골프를 칠때였다. 13번~14번 홀쯤 왔는데 갑자기 그가 나한테 You know what? 하더니 자기 어머니가 어제 핀란드에서 돌아가셨단다.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에서 가족의 부고소식을 접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날라간다. 이처럼 3일장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너무 놀랄수 밖에 없었다. 바로 전날 모친상을 당한 친구가 태연하게 골프를 치고 있다니! Jussi 말이 핀란드는 상을 당하면 가족들이 의논을 하여 장례식 날자를 정한단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있는 경우 2주일 후에 장례식을 하는 경우도 있단다. 자기도 미국에 있다가 장례식 날자가 정해지면 날라갈거란다. Jussi의 설명을 듣고나서도 계속 마음에 걸려 나머지 홀은 골프를 다 망쳤다.
또 한번은 Jussi가 무역관 임기를 마치고 핀란드로 돌아갈 무렵의 일이다. Jussi는 미국에 1~2년 더 머물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돌아가자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돌아갔다. 아이들이 돌가가자고 졸른 이유는 미국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은 아이들이 미국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못 돌아가는판인데 핀란드는 그 반대였다. 도대체 핀란드 학교는 뭘 어떻게 하길래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또 한번은 Jussi가 무역관 임기를 마치고 핀란드로 돌아갈 무렵의 일이다. Jussi는 미국에 1~2년 더 머물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돌아가자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돌아갔다. 아이들이 돌가가자고 졸른 이유는 미국학교가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은 아이들이 미국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못 돌아가는판인데 핀란드는 그 반대였다. 도대체 핀란드 학교는 뭘 어떻게 하길래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Jussi가 들려준 핀란드의 교통벌칙금 제도도 나를 놀라게 했다. 교통위반 벌칙금이 운전자의 수입에 비례한단다. 한 노키아의 중역은 속도위반으로 몇 만불의 벌금을 낸 적도 있단다. 연봉이 수백만불인 사람한테 몇십~몇백불 벌금은 아무런 자극이 안될걸 생각하니 핀란드 방식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놀란것은 노키아가 한참 잘나가던 2000년대 초반 Jussi가 나한테 보낸 이메일 때문이다. 첨부파일에는 노키아 협력업체 200여개의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Jussi가 그 파일을 나한테 실수로 보낸 줄 알았다. KOTRA 직원이 노키아 직원에게 삼성전자 협력업체 리스트를 보내준다는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는 핀란드정부가 자기한테 요청을 한 일이란다. 노키아의 협력업체들이 노키아만 바라보고 있다가 노키아가 아려워질 경우 동반몰락을 할까봐 외국 기업들과 협력을 장려한다는 것이었다. 사고방식이 우리와 많이 달랐다.
핀란드는 면적은 넓지만 인구가 5백만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다. 그나라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다. 노키아의 매출은 전성기의 1/4로 꺽였고, 본사건물까지 매각하는 등 그 몰락의 끝이 안보인다. 작년에는 자국내 노키아직원의 40%에 달하는 3700명이 정리해고됐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정부에서 발벋고 나서서 노키아를 구하기 위해 온갖 정책을 폈을것이다.
그런데 노키아의 몰락을 바라보는 핀란드 국민들의 자세는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한다. 노키아를 동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오만과 독선이 빚은 자업자득이라며 냉소한다. 정부도 노키아를 살리려는 노력보다는 이 기회를 핀란드의 중소기업 중흥기로 삼자는 분위기다. MB 정부의 대기업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노키아의 몰락을 바라보는 핀란드 국민들의 자세는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한다. 노키아를 동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오만과 독선이 빚은 자업자득이라며 냉소한다. 정부도 노키아를 살리려는 노력보다는 이 기회를 핀란드의 중소기업 중흥기로 삼자는 분위기다. MB 정부의 대기업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요즘 우리나라도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재벌들이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버림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노키아를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4 comments: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핀란드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게 맞다면 속도위반벌금을 우리돈으로 1억 5천만원 정도를 낸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노키아 당시 부사장이었습니다.
BBC뉴스 링크 http://news.bbc.co.uk/2/hi/europe/1759791.stm
코멘트 고맙습니다. 저는 아직 핀란드를 못가봤는데 꼭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배울게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핀란드에 가게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혹시 미국에 오실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페북 링크타고 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핀란드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꾸벅..!!
저도 그랬는데 핀란드에 대한 글을 쓰니까 핀란드에 계신 분이 와서 댓글을 달아주시는군요. 더 자세한 정보와 함께. 이게 정말 블로그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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