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07, 2013

"마약 먹여 결혼했나?"



어떤 판사가 재판 중 대졸 여성을 아내로 맞은 초등학교 학력의 남자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판사가 막말을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출신배경과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사회의 편견이다.

출신배경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사람이 있다. 신호범 워싱톤 상원의원. 한국인 치고는 미국정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 하나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의원이 있지만 그는 LA 근교 한인밀집지역에서 당선됐다. 신의원 주민 대부분이 백인인 워싱톤주에서 당선되었기에 더욱 화제다.

신의원은 고아 아닌 고아다. 어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신의원을 외삼촌집에 맡겨두고 돈을 벌러 큰 도시로 떠났다. 외삼촌집에 얹혀살던 신의원은 외숙모의 학대를 못이겨 가출을 했고 서울역 부근에서 구걸을 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방이되고 미군들이 들어왔다. 미군들은 고아들을 부대로 데려가 소위 하우스보이”를 시켰다. 신의원도 그 중 하나였다. 신의원을 귀엽게 군의관이 본국으로 귀임하면서 신의원을 양자로 입양했다. 당시 신의원 나이는 17세였다.

신의원은 미군부대에서 배운 영어실력으로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됐지만 정식 학교수업이라고는 한번도 받은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학교에 등록을 하러 갔더니 고등학교에서는 기초가 없어서 받아줄 없다고 하고, 초등학교에서는 나이가 많아서 받아줄 없다고 했다. 신의원은 양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초인간적으로 공부한 결과 불과 18개월만에 --고교 과정을 끝내고 GED (대입검점고시) 까지 합격한다. 이후 유타주의 Brigham Young 대학을 거쳐 워싱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60년대 하와이대학 교수가 된다.

당시 하와이대학은 한국 유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신의원은 우상같은 존재였다. 자기들은 영어도 못하면서 수업을 따라가느라 쩔쩔매고 있는데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인 신의원은 영어도 유창했고 하늘같은 교수님 신분이었다. 유학생들은 분명히 신의원이 고관대작 또는 갑부의 아들일거라고 추측을 했다. 당시 미국유학을 간다는건 보통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할때인데 신의원은 자신들보다도 훨씬 먼저 미국에 왔기 때문이다. 유학생이 신의원에게 부친이 뭘 하는 사람인가 물었다. 신의원이 자신의 과거를 들려줬다. 그러자 유학생이 이제보니 형편 없는놈 아니야!” 하며 멸시하더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의원이 거지였다는 소문이 대학내 한인 커뮤니티에 퍼졌고 신의원은 졸지에 왕따신세가 됐단다. 신의원은 자서전에서 미국에 온 이후 백인들한테 받은 어떠한 설움보다 심한 설움을 동포한테 받았다라고 회고했다. 신의원이 남들이 12년동안 하는 공부를 불과 18개월만에 독학으로 통달한 천재라는 사실과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도 출신배경 앞에서는 모두 하찮은 것 들이었다.

그러고보니 노무현대통령도 변호사나 국회의원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되서까지도 고졸이라는 학력때문에 종종 소모적인 신경전에 휘말렸던 것 같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나 자신도 솔직히 내 아이들이 뭘 전공할건지 보다는 어느 대학에 갈건지에 더 관심을 가졌었다. 깊이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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