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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16, 2013

DRAM 성공신화의 교훈

삼성이 메모리반도체는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시작한지 불과 10여년만에 세계 일등이 됐다. 반면에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그동안 투자한 것에 비하면 성과가 미미하다. 그 이유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을 해본적이 있다.

삼성반도체의 일등공신 이윤우부회장. 그는 실력 만큼이나 고집도 쌨다. 반도체를 공부하기위해 전자과를 택했고, 삼성이 반도체사업을 할거라는 소문을 듣고 삼성에 들어왔다. 그러나 삼성이 특유의 돌다리 두드려보기식으로 사업착수를 미적거리자 회사를 떠난다. 상사들이 몇 주 동안 그의 집으로 찾아와 반도체사업을 꼭 할거라고 약속을 하자 회사로 복귀한다. 그는 그 정도 고집장이였다. 반도체사업 착수 후에는 그 고집과 열정을 반도체 사업을 키우는데 쏟아부었다.

타이밍도 좋았다.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진출을 결심할 즈음에 인텔 등 미국 반도체회사들이 부가가치가 낮은 DRAM사업을 접고 시스템LSI 로 올인을 했다. DRAM쪽에서 일하던 많은 교포 기술자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고 삼성에서 그들을 싺쓸이해갔다. 어떤 사업이던 인재가 가장 중요한데 삼성은 순식간에 수 많은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이윤우부회장의 리더쉽 아래 똘똘 뭉쳤다.

리더도 중요하고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DRAM 사업은 우리나라 사람들 체질에 꼭 맞는 사업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표만 정해지면 그 목표지점에 도달하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등이다. 그런면에서 DRAM은 목표설정이 너무 쉽다. 4메가를 달성하는 순간 16메가라는 목표가 정해진다. 그 다음은 64메가, 256메가, 1기가 식이다. 곱하기 4만 하면 된다. 일단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가 정해지면 우리는 일사분란하게 돌진한다. DRAM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에 시스템LSI는 목표설정이 쉽지않다. Clock Speed 1.2Ghz 짜리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 다음은? 1.5Ghz, 1.7Ghz 아니면 2Ghz를 할지 우왕좌왕 한다. 우리 체질에 잘 않맞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과거에 시스템LSI가 항상 헤맸던 이유다.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인 녹색성장과 4대강... 공감대형성이 부족했다. 국민의 힘을 결집할 수 없었다. 결국 실패했다. 박근혜정부의 키워드중 하나인 '창조경제'.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관도 그게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 햇갈려한다. '창조경제'가 뭔지도 모르는 판국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리가 없다. 공감대가 전혀 없다. 윤진숙같이 여당도 야당도 일반국민도 모두가 다 아니라는 사람의 장관임명을 고집하는 집권스타일로 어떻게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들의 힘을 결집할지 걱정이다.

Thursday, April 04, 2013

맥아더장군의 통역관...

요즘 영어번역서를 3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한권은 시작한지 몇 달 됐고 2권은 최근에 시작했다. 바쁘기도 하고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언제 끝날지 기약은 없다.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좀 어색한 부분이 나타나면 "나 같았으면 이렇게 번역을 했을텐데!" 하며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 특히 스토리전개를 고려하지 않은 직역이 많은 책, 그리고 제목이 제대로 번역이 안 된 책은 왠지 번역가가 좀 게으르거나 서툴다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싫어진다.

"Good to Great" 라는 경영서적이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다. 한국에서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됐다. 왠지 제목이 좀 길고 촌스럽다. 만약 나보고 번역을 하라면 "일류에서 초일류로" 라고 번역을 했을것 같다.

"Sparks of Genius" 는 "생각의 탄생" 이란 책으로 번역이 되어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나는 솔직히 이보다도 번역을 더 멋지게 할 자신이 없다. 아주 간결하고 책의 내용과도 잘 부합하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Outliers" 나 "Inside Apple" 등은 구지 번역을 하지 않고 "아웃라이어", "인사이드 애플" 등으로 그대로 놔둠으로서 내용 전달이 더 잘되는 것 같다.

번역/통역에 대한 일화가 많다. 그 중 하나는 맥어더장군 관련된 일화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된 후에 맥아더장군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가 가는곳 마다 수많은 인파가 그를 구경하기 위해 모였고 그의 연설을 듣기를 원했다. 맥아더는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이 그렇듯이 서두에 농담을 몇 마디 던지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통역사들이 맥아더의 농담을 제대로 한국말로 옮기지 못하다보니 맥아더가 펀치라인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웃는사람이 없어서 맥아더가 맥이 빠지곤 했다.

그래도 맥아더는 어디를 가나 미국에서 하는 식으로 연설 서두에 농담을 몇 마디씩 했다. 최소한 그 자리에 있는 극소수 미국 사람들이라도 웃기고자 했다. 하루는 맥아더가 농담을 하는데 통역사가 직역을 하는 대신 이렇게 통역을 했다. "여러분, 지금 맥아더장군이 여러분을 웃기려고 하니까 내가 웃으라고 하면 웃으세요". 맥아더가 몇 마디를 더 했다. 통역사가 "여러분 아직 아닙니다" 라고 했다. 맥아더가 말을 끊을때마다 통역사는 "아직 아니에요!" 라고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드디어 맥아더가 펀치라인을 날렸다. "여러분 이제 웃으세요!" 관중들이 강당이 떠나갈정도로 크게 웃었다.

연설을 마친 후 맥아더가 그 통역사를 불렀다. 맥아더는 통역사에게 "당신은 내가 여지껏 본 통역사 중 가장 훌륭한 통역사다" 라고 칭찬을 하며 자기의 전속 통역사가 될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