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4, 2013

칭찬의 위력!

주재원으로 실리콘벨리에 발을 디딘지 벌써 15년이 되간다.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이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됐다. 세월이 빠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주재원으로 부임한 동료가 여러 있다. 자녀들 나이도 비슷하고 한동네에 살아서 친하게 지냈다. 주재원 아이들은 미국에 처음 오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ESL반에 배정이 된다. ESL반에서 어느 정도 영어가 되면 일반 학급으로 편입된다. 빠른 아이들은 불과 6개월만에 ESL 졸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2 넘에  ESL 졸업하지 못해 부모들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 자기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ESL 졸업하느냐를 가지고 부모들끼리 은근히 경쟁을 하기도 한다.

우리부부는 둘다 영어권에서 공부를 하여 다른 주재원 부부에 비해 영어를 하는편이었다. 사람들은 부모가 영어를 제법 하니 우리 아이들은 금새 ESL 졸업할걸로 예상했다. 우리 부부도 당연히 그렇게 될걸로 생각했다. 그런대 결과는 반대였다.

다른 아이들은 집에서 영어를 하면 그 말이 맞던 틀리던간에 부모들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영어를 열심히 했다. 반면에 우리 집은 아이들이 집에와서 영어를 하면 "발음이 그게 뭐야!", "문법이 틀렸잖아" 하며 부모들한테 야단을 맞기 일수였다. 아이들은 영어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집에와서는 아에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당연히 영어가 안늘었다. 18개월만에 겨우 ESL 졸업했다.

가야금명인 황병기. 그는 원래부터 국악 전공자가 아니었다. 그는 경기중고등학교와 서울법대를 나온 수재다.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반에서 꼴지를 도맡아 하는 문제아였다. 그의 부모가 가정교사를 여러 붙여봤지만 아무 차도가 없었다. 하루는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그의 사촌형이 황병기씨 집에 하숙을 하며 황병기씨의 가정교사를 자청했다. 그는 황병기씨가 공책에 도저히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갈겨쓴 글씨를 보고 한심하다고 야단을 치는 대신에 " 글씨를 초등학생 답게 쓰는구나!" 라고 칭찬을 해줬다. 머리 털나고 칭찬이라곤 처음 들어본 황병기씨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사촌형을 따르기 시작했고 형이 시키는대로 공부를 했다. 차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인 경기중학교에 합격하고 경기고를 거쳐 서울법대까지 졸업한다.

우리는 칭찬에 극히 인색한 민족이다. 금년 장관후보 청문회만 봐도 어느 장관이 어떤 흠집이있는지는 빠삭하게 알게됐지만 누가 어떤 특기가 있는지, 장점이 뭔지, 과거에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는 전혀 들은바가 없어 모르겠다. 기억에 우리나라 장관이 유일하게 국민과 언론에 칭찬 받은 것은 김장수국방장관이 김정일과 악수를 하며 허리를 굽히지 않았을때인 같다.


감시와 채찍질도 중요하지만, 능력이 있고 뭔가 잘한게 있어서 장관자리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니 믿고, 격려하고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칭찬해주며 일의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즘 장관들은 마치 야단맞기 싫어서 영어쓰기를 거부했던 우리 아이들처럼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원세훈전국정원장 대선개입 수사, 4대강 비리 수사, CJ 비자금 수사 등등 검찰은 엄첨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 외에 다른 부처 장관들은 요즘의 어젠다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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