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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09, 2013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되었기를...

내가 엔젤투자를 한 회사가 몇 개 있다. 그 중 한 회사가 조만간 문을 닫게 됐다. 내 수준에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손해봤다. 하지만 괜찮다. 이번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CEO 는 고등학생때 미국 전국 수학경시대회에서 높은 등수에 올랐고, 버클리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후 씨멘텍에서 인터넷보안프로그램을 연구한 아주 머리가 좋은 친구다. 그런데 고집이 너무 쎘다. 물론 고집을 부릴때는 부려야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건 좀 문제였다. 어제 그 친구를 불러 점심을 같이 먹으며 얼마전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만든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경원이란 분 이야기다. 박경원씨는 박정희대통령 시절 내무부장관 3번, 교통부장관, 체신부장관 등 장관을 다섯번이나 지낸 진기록을 가진 분이다. 3성 장군 출신이다. 이 분이 연대장을 하던 시절에 새로 부임한 사단장이 휘하부대를 시찰하러 박장관이 연대장으로 있던 부대를 방문했다. 박장관은 동기 중에 항상 선두를 달려왔기에 이번에도 사단장한테 "박대령 부대는 역시 뭔가 달라!" 라는 칭찬을 받을걸로 기대를 했다. 그런데 부대 시찰을 마친 사단장이 무기관리, 병력배치 등등 조목 조목 지적하며 질타를 하더란다. 박장관은 X도 모르는 똥별이 아는체 한다며 사단장을 욕했다.

몇 년후 박장관 자신이 사단장으로 진급을 했다. 그리고 자기 휘하의 부대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연대장으로 있던 부대도 물론 가보았다. 가서 보니 몇년 전 자기가 똥별이라며 욕했던 사단장이 했던 말이 대부분 맞더란다. 연대장 눈높이가 아닌 모든 연대를 종합적으로 봐야하는 사단장의 눈높이에서 보니 자기생각이 틀렸고 먼저 번 사단장 말이 맞더란다. 박장관은 많은 반성을 했고 그 이후로 주변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더욱 겸손한 삶을 살게 됐다는 일화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CEO 도 이번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과 박경원장관의 일화를 교훈삼아 앞으로 투자가와 동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장과 고객들의 눈높이를 존중하는 훌륭한 벤처기업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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