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나이티드 기내잡지에서 읽은 글. 은퇴한 Harvard 대학 역사학과 여교수가 자기 아버지를 그리며 쓴 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내용. 배경은 1930년대 시카고...
우리 아빠는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었다. 시간이 날때는 거의 빠지지 않고 야구장을 찾았고 직접 야구장을 가지 못하면 라디오로 중계을 들었다. 출장이 잦았던 아빠는 출장을 갈때마다 나한테 게임 결과가 너무 궁금하다면서 라디오 중계를 듣고 아빠가 돌아오면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출장을 떠났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나는 아빠에게 가급적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 모든 집중력을 기울여 라디오 중계를 듣고 메모를 해두었다가 아빠가 돌아오면 1회부터 9회까지 상황을 하나도 안빠지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 아빠는 너무 기뻐하며 나를 칭찬해줬다. 나는 더욱 신이나서 게임이 있는날만큼은 만사를 제쳐놓고 이 "고생"을 기꺼이 했다.
어느날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을 깨우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아빠가 보던 신문을 들춰봤다. 한 페이지에 도달하니 그 전날 있었던 컵스 경기 결과가 빽빽하게 적혀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아빠는 신문에 다 나오는 얘기를 왜 나한테 정리해달라고 시켰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빠가 집에 오기를 기다렸다가 아빠가 도착하자마자 마구 화를 냈다. 아빠는 아무말 없이 미안하다고만 했다.
나중에 내가 고등학생이 되서야 아빠가 왜 나한테 그런 귀찮은 일을 시켰는지 알게 됐다. 아빠는 나한테 메모를 잘 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일을 시켰던 것이었다. 아빠한테 화를 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아빠가 고마웠다. 이미 결과를 다 아는 경기 내용을 흥미있게 들어주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실제로 내가 어릴때 익힌 노-트정리하는 습관은 내가 하바드대학에 진학하고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
* 자녀에게 과외공부만 열심히 시킬게 아니라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게 더 중요하다는걸 명심!
1 comment: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원문도 꼭 링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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